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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핑퐁의 탁구일기

젠틀핑퐁에게 탁구는... (ver.2023)

 

젠틀핑퐁에게 탁구는... (ver.2023)

 

 

저에게 있어 탁구는.....

소명감 또는 의무감에 짓눌린 일상으로부터 아주°°° 잠시만이라도 자유롭고자 했던 소심한 몸부림이었습니다.

탁구가 일상이 아니 일탈 행위라는 이야기가 되나요???

 

 

 

 

          ▢  나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는 없을 겁니다.

그것이 크든...... 작든 간에...... 말이죠.

저 또한 넘치면 넘쳤지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제 일을 뜨겁게 사랑하고 아낌없이 의무감을 쏟아붓고 있습니다만...... 늘 “턱없이 부족한 능력”이라는 벽에 부딪혀왔고, 그 부족분을 열정이라 거짓 포장된 노력으로 커버하는 “갑갑한 인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머릿속에는 늘 잡념이 뒤엉켜있고, 양손에는 자질구레한 잔무가 어지럽게 널려있었죠.

워크홀릭에서 쉬 헤어나지 못하고 하루하루 성격장애자(>.<)로 병들어가던 제겐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신박한 처방이 필요했습니다.

 

 

탁구!!!

자가 처방으로 선택한 탁구는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요?

탁구는 그렇게 저의 신경안정제로써,,, 피로회복제로써,,, 투약되기 시작했습니다.

 

 

 

           ▢  탁구는,,,,,,

 

테이블 교차하는 경쾌한 타구음......

네트를 넘나드는 아름다운 호선......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만 있어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어도,,,

내 몸이 가붓해지는 느낌이랄까요?

탁구는 눈과 귀만 들뜨게 해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도!!! 나도!!!!!

 

내 손으로 그 소리를 만들고, 그 궤적을 그리고 싶은 욕구가 폭발하죠.

새로운 욕심이 생긴다는 것은 사람을 생기 있게 만들어 줍디다.

 

 

그러나 입문자에게 탁구는 상상하지 못했던 만큼의 많은 시간과 집중을 요구하더라고요.

작은 공, 빠른 속도, 눈 돌아가는 회전......

노력하지 않는, 집중하지 않는 이에게 탁구는 절대로 진입장벽을 낮춰주지 않습니다.

여기에 파트너와 교감(?)이라는 또 다른 문제까지 던져놓는군요.

 

 

탁구와 함께하는 시간은 탁구 외의 다른 고민을 되짚어볼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탁구를 통해 얻고자 했던 순기능? “일상을 잊자!!!”라는 목표를 완벽한 이룬 셈이었지만 탁구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숙제들이 그리 만만치가 않았어요.

 

 

두통이 좀 가라앉으니,,,,,,

치통이 시작되는 겁니까!!!

허이구야 =3=3 (@.@);;;

 

 

 

 

          ▢  이제까지는,,,,,,

 

해만 떨어지면 구장으로 달려갔고요.

레슨도 시작했습니다.

볼을 되돌려 보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서는 함께 놀아줄(^^) 파트너를 손쉽게 구걸(>.<)하기 위해 동호회에 가입하는 수순을 밝게 되더군요.

 

 

레슨실의 테이블과 바닥을 땀으로 물들여놓기를 3년여,,,,,,

하루하루 이기고 지는 것에 집착이 생깁디다.

그러나!!!

단 시간에 향상되지 않는 실력은 조바심을 내봐야,,, 욕심을 부려봐야,,, 소용이 없었습니다.

내 맘에 쏙 드는 운동파트너를 언제든 내가 일방적으로 선택할 수 없음도 수용해야만 했고요.

 

 

그때를 즈음하여 탁구와 관련한 모임이나 대회를 뒤지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처럼 구장리그가 활성화되지 않은 시기라 비정기 온라인모임이나 전국오픈대회가 주 무대였는데요.

탁구로 말미암아 내 머릿속의 한자리를 차지해 버린 욕구와 욕심을 해결하기 위해 인위적인 “인적네트워크”를 만들기 시작한 겁니다.

 

 

탁구로 몰려버린 과잉열정이 판을 금세 키워놓더군요.

탁구관련 블로그를 개설하고 포스팅을 차곡차곡 업로드하기 시작하였고, 모 탁구용품사로부터 아마추어 스폰선수 제안을 받아 다년간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여차저차하다 보니 블레이드 튜닝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요.

탁구의 또 다른 재미로 시작한 일인데 어쩌다,,,,,,

주변지인들 뿐만 아니라 현역선수들의 블레이드에 칼(>.<)을 꽂는 날들이 하루하루 늘어갔습니다.

일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져버렸어요.

탁구를 치는 시간보다 탁구와 관련한 인적교류(?)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파생된 의무감은 일상에서 받았던 여타의 스트레스를 초월하고 말았습니다.

 

시간이 더해질수록

너무 많아지는...... 지인들

너무 넓어지는...... 관계들

너무 쌓여가는...... 부담들

 

맘속의 진정한 욕구는 탁구를 지금보다 더 재미있게, 더 이쁘게, 더 잘 치고 싶을 뿐인데,,,,,,

나의 탁구는 어디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일까요???

 

 

 

          ▢ 이제부터는,,,,,,

 

탁구!!!

그 자체를 순수하게 즐길 뿐......

탁구와 연계한 어떠한 의무감도, 어떠한 욕심도 더는 묻혀 들이는 일이 없도록 하고자 합니다.

 

이기고 지는 것에 집착!!!

그런 건 능력자들만이 누리는 FLEX로 치부해 버리기로 하고요.

 

억지스럽게 관계를 끼워 맞추는 일!!!

그 또한 이제부터는 절대로......

 

주어진 환경에 늘 무던해지렵니다.

젠틀핑퐁의 탁구는 처음 그때처럼 가붓해져야만 하니까요.

별것도 아닌 이 답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부서져 나간 겁니까???

 

 

流水之爲物也 不盈科不行

(유수지위물야 불영과불행)

: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탁구와 함께 흘러가고 있는 시간 위에 나를 얹어놓고 함께 떠내려가자고요.

부딪혀 틀어지면 틀어지는 대로 길을 바꾸고,

웅덩이를 만나면 채우면서,,,,,,

 

 

 

해가 바뀌고,,,,,,

마음이 너무 지친 어느 날 끼적이다.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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